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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024.04.21] 韓中, 사람 대신 택배만 오간다

  • 서대옥
  • 2024-04-23
  • 21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발길이 뚝 끊겼다. '코로나19 봉쇄'가 끝난 뒤에도 여행과 출장 수요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으면서 양국 방문객 수는 코로나 팬데믹 직전인 2019년은 물론이고 한중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던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때에 비해서도 크게 줄었다.


승객들의 빈자리는 화물이 채웠다.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의 공습으로 최근 1~2년 중국발 화물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한중 간 인적 교류가 사실상 끊기다시피 한 상황에서 중국산 제품만 무더기로 몰려오는 형국이다.


21일 매일경제신문이 항공정보포털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한중 항공편 노선을 이용한 여객 수는 286만9564명(운항편 2만5047건)이다. 중국 내 코로나 확산이 이어지던 2023년 1분기(38만7128명)보다는 7배 이상 늘어났지만, 팬데믹 전인 2019년 1분기(413만8204명)에 비해서는 30.6% 감소한 규모다.


특히 중국이 사드 배치 보복 조치로 한국 단체관광을 제한한 이후인 2018년 1분기(361만7158명)보다도 20%가량 줄었다. 팬데믹 기간(2020~2023년)을 제외하면 한중을 오간 방문객 수는 11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한중 관계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인이 한국을 직접 방문해야 할 유인이 과거보다 크게 줄었다"며 "한국 방문을 유도할 수 있는 차별화된 콘텐츠를 발굴하지 않으면 이러한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중국 정부의 '반간첩법 강화 조치' 등을 고려하면 한국인도 중국에 가길 꺼릴 수밖에 없다. 한중 인적 교류 단절은 한중 간 무역구조, 내수와 소비 둔화를 겪고 있는 중국 경기 상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반면 중국발 화물량은 급증하고 있다. 올해 1분기 한중을 오간 항공화물은 1년 전보다 37.2% 증가한 16만6092t에 달했다. 이는 팬데믹 전인 2019년 1분기(16만8224t)와 맞먹는 규모다. 여객 수가 크게 줄었는데도 화물량이 빠르게 회복한 것은 국내에서 중국 전자상거래를 이용하는 고객 수가 급증한 영향이 크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내국인의 중국 온라인쇼핑을 통한 해외 직접구매액은 3조2872억원에 달했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 소장은 "양국 관계가 더 경색되면 아무래도 희토류나 요소수 같은 물자 공급을 중단할 리스크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