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2025.08.07] 美 국방차관 "韓, 국방 지출 롤모델"…국방비 증액 현실성은?
- 서대옥
- 2025-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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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국방정책을 주도하는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 정책차관이 한국의 대북 방어 역할과 관련 지출에 대한 기대를 드러내면서 국방비 증액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미국의 요구가 그대로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콜비 차관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의 통화를 평가하는 글을 게재했다. 콜비 차관은 "한국은 강력한 대북 방어 측면에서 더 주도적인 역할을 맡으려 하고 국방 지출 면에서 계속 롤모델이 된다"고 밝혔다.
콜비 차관은 아울러 "우리와 한국은 지역 안보 환경에 대응하며 동맹을 현대화할 필요에 있어 긴밀히 연계돼 있다"며 "우리는 공동의 위협을 방어할 준비가 된 전략으로 지속가능한 동맹을 만들기 위해 한국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콜비 차관은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방부 전략 및 전력 개발 담당 부차관보를 지냈다. 현재는 '미국 우선주의' 국방정책을 주도하는 인물로 곧 공개될 새 국방전략(NDS)을 수립하고 있다.
그는 중국의 대만 침공에 대비하기 위해 주한미군의 역할과 활동 반경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북한 핵무기로부터 한국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이 확장억제력(핵우산)을 계속 제공하되, 북한의 재래식 위협을 방어하는 역할은 한국이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콜비 차관의 발언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트럼프 행정부의 '기대'로 풀이된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동안 한국은 대북 방어에 집중하며 그만큼의 국방비 증액을 바란다는 해석이다. 앞서 미 행정부는 지난 3월 마련한 '임시 국방 전략 지침'에서 △중국의 대만 침공 대비 △미 본토 방어 등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북한과 이란 등에 관한 대응은 동맹국에 대부분 맡긴다는 구상이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의 역할은 확대될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의 '레드라인(제한선)'인 양안(중국·대만) 문제에 한국이 직접 관여할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국방비 관련 언급은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처럼 한국에도 증액을 요구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헤그세스 장관은 지난 5월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나토 회원국들은 국내총생산(GDP)의 5%를 국방비로 지출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아시아의 주요 동맹국들은 북한은 말할 것도 없고 훨씬 더 강력한 위협에 직면해 국방비를 줄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 GDP의 5%는 약 132조원이다. 미국이 한국에 나토 수준의 국방비 지출을 요구한다면, 올해 정부의 국방비 예산 61조원을 2배 이상 늘려야 하는 셈이다.
작년 말에 마련된 '2025∼2029년 국방중기계획'에 따르면 국방예산은 △2026년 66조7000억원 △2027년 72조4000억원 △2028년 78조3000억원 △2029년 84조7000억원으로, 매년 7∼8%의 증액이 계획됐다. 미국의 요구대로라면 매년 20% 수준의 증액이 이뤄져야 한다.
다만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는 국방비 지출 증가는 '선언적 의미'가 강하다고 해석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에 요구한 국방 지출 증가 시한이 2035년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박 교수는 "각국이 (국방비 증가) 계획을 세우고 그것에 대한 중간 평가가 이뤄지는 것이 2029년"이라며 "2029년은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해"라고 지적했다.
이어 "나토는 (GDP 대비 지출이) 3%에도 대부분 못 미치고 있는데, 어쨌든 5%라는 약속을 받아냈다"며 "그 약속으로 트럼프는 정치적 승리를 선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5% 중 3.5%가 일반적으로 얘기하는 직접 국방비이고, 나머지 1.5%가 간접 국방비"라고 부연했다. 실제 부담은 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겸 미중정책연구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수치는 과도한 면이 있다"며 "콜비 차관은 트럼프 대통령에 비해 온건하게 말했다"고 평했다. 김 교수도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에 제시한 국방비 증가가 실제로 달성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